1. 기간

2022.07.15 - 2022.07.16

1 → 왕렬쌤 옆에서 사진 찍어서 ㅋㅋㅋ 가보로 간직할 예정 2 → 준선배가 찍어줌 … 고생한 스태프들 나도 진우 과잠 뺏어입고 아주 잘 자고 있다

2. 후기

멘토링은 정말 대회 전날까지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준비 할게 없었다. 총괄/부총괄 친구들이 매주 학과에서 회의를 하고 내용을 전달해줬었는데 매번 딱히 할 거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학과랑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않았던건 멘토링 관련된 일로 따로 부르신 적이 없기도 하고 총괄/부총괄도 모른다고 하는 걸 내가 가서 굳이? 좀 나대는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냥 가서 물어볼걸 그랬다. 괜히 이상한 데서 눈치 봐서 ㅋㅋ … 솔직히 전달 받는 입장에서는 되게 답답했다. 거의 몇 달만에 처음 맡은 임무가 멘토링 피피티 가이드 제작 및 당일날 멘토링 진행 방식 생각해두기였다. 맨날 생각만 하래 … 그래서 진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한 열 번 돌렸는데 … 모든건 당일날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기획 멘토링 시작 전, ppt 한 슬라이드로 공지를 띄우면서 모든 문장을 ‘~ 구리’ 로 마무리하는 엄청난 과몰입을 했다. 새벽에 피피티 만들다가 재미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한거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서 꽤 뿌듯했다. 멘토 소개도 내가 해야하는 일인줄 몰랐는데 갑자기 내가 하게 된 상황이 되게 당황스러웠다. 무대 위에 처음 올라갔을 때는 엄청 떨려서 저 뒤에서도 손 떠는게 보이겠다 싶었는데 막상 또 다 나만 쳐다보고 있는게 싫지만은 않았다. 특히 여러분 점심 맛있게 먹고 왔냐구리? 하면 다들 네 ~~ 하고 대답이 돌아오는게 너무 재밌었다 ㅋㅋㅋ 멘토분들 스팩에 내 말실수나 발음 꼬임 정도는 가볍게 묻힌다는 걸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생길까? 슈퍼 엑스트로벌트 맞는듯. 하하

충격 고백을 하자면 나는 개발 멘토링이 진행되는 줄 몰랐다. 어쩌다 한 번 멘토링 이야기가 나오면 학과에서도 기획 멘토링만 얘기하셨고 나도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손 들면 멘토님들이 가서 도와주시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왕렬쌤이 부르시더니 개발 멘토링 방식에 대해 그제서야 논의하는 상황 자체가 엄청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이렇게 하자’ 가 아니라 ‘이렇게 할까? 아 근데 이건 …’ 의 반복이었던 불확실한 대화가 너무 버거웠다. 나따위가 결정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ㅠ 확실하게 결정되는 것 없이 이야기만 계속되니 그냥 멘붕이었다. 결국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각 팀의 팀장만 입장하는 걸로 결정했다. 멘토분들이 계시는 톡방에 들어가서 링크 안내를 했었어야 했는데 모두가 !!! 오픈채팅방 링크가 본인에게는 없다는 소리만 반복했고 정말 울고 싶었다 … 아무도 모르는걸 저따위가 어떻게 알아요 … 계속 준비할 거 없다고 생각만 해두라는 말만 반복했으면서 막상 당일날 일 터지니까 책임지고 수습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며 나몰라라 하는 그 태도들을 보면서 왜 때문에 미쳐가는건 나뿐일까 서러웠다.

나는 계속 뛰어다니고 있는데 눈에 띄지나 말던가 뒤에 우르르 앉아서 앞에서 무슨 일이 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났다. 타임 별로 인원을 나눈 것마저 지키지 않고 다 위에 올라와있으면서 하는거 하나 없으면 어쩌라는건가 싶었다. 그냥 해커톤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는데 참가하지 못해서 스태프라는 명목 하에 어떻게든 참여해보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참가자 수를 고려해서 기획팀 인원을 늘리던가 불필요한 인원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모든 인원이 필요한 것이 아닌 일에 굳이 스태프 전체가 활용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뒤에 놀고 있는 애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앞에서 고생하고 뛰어다니는 애들까지 포함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은 딱히 없었던 거 같은데. 할 거면 다 같이 해야한다는 마인드인거면 멘토링이나 이벤트 준비도 같이 하지 그랬냐 ㅋㅋㅋ 멘토링 시작 전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알긴 하냐고 물어보고 싶다. 새벽에 서윤이한테 짜증을 냈던게 자꾸 생각나는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왜 내가, 정확히는 나와 서윤이가 가방에 힘들게 넣은 노트북까지 꺼내가면서 제출물을 받아야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데! 사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었고, 열받은게 티가 안난건 아니었겠지만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 같아서 거리를 좀 뒀다. 창고에서 평화를 위한 자가격리를 했달까.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놓여졌을 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냥 즐겨 ㅋㅋㅋ 어짜피 다른 애들도 아무 생각 없어’ 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해커톤은 개같이 멸망했을거다. 어쨌든 그 큰 대회의 가장 중요한 일정인 멘토링은 내 담당이었고 멘토링뿐만 아니라 원활한 진행으로 대회를 무사히 마치는게 스태프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잘 마무리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는 나의 성격을 악용하는 애들이 꼭 있었어서 이런 성격이 미련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었다. 개조하려고 노력해서 지금의 내가 된건데 아직 멀었나보다 … 지금 생각해보니 나한테 다 맡기려고 하는 걔네가 이상한거지 나는 그냥 책임감을 갖고 있는 멋진 사람이다.

사실 단상이 꽉찰 정도로 많은 인원의 멘토분들을 소개하고 개발 멘토링이 잘 진행되고 있는걸 확인한 이후로 너무 힘들어서 다신 찾지 말라고 인사하고 김동희 매트 위에 누워서 얼굴까지 담요를 덮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자는줄 알았겠지만 몬스터를 마셔서 잠이 안 왔고 잠을 자기에는 헤드셋이 불편했다. 발까지 덮을 정도로 담요가 크지 않았어서 라이언 양말이 빼꼼 나왔었고 그래서 지연쌤한테 거기 숨어있던걸 들켰다. 늦게 오신 멘토분 소개를 추가로 부탁하시면서 세희 없으면 해커톤이 안 돌아간다던 말이 큰 위로가 됐다. 다른 스태프들이 보기에 내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도 나를 미워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는 걍 멋진 사람이 맞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좀 나르시시스트 같나 …

위에 적은 여러가지 일들 외에도 귀여운 후배들을 알게 됐고 다른 과 친구들이 생겼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솔직한 후기를 남기고 싶었던 것이니 ‘아 얘한테 해커톤은 이랬구나’ 정도로 가볍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개발 멘토링 안내하고 내려오는 길인거 같은데 ㅋㅋ 내 사진이 이거밖에 없다. 왜 저러고 다녔더라…